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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요즘엔, 아주 미세한 순간의 느낌을 느끼고 있다. 평소라면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 해일처럼 다가오고 있다. 마치 스위치를 딸칵하고 켜거나 끄듯이.
잠이 드는 바로 그 순간. 아, 이것이 잠들기 직전의 느낌이구나, 하면 어김없이 딸칵 암전이다. 술이 깨는 바로 그 순간. 아, 이제 술이 완전히 깨는구나, 하면 어김없이 딸칵 맨정신이다. 어쩌다가 그냥 지나가도 될 느낌들을 알게 된 것이냐.
이스탄불, 아웃은 아테네. 한국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좋을까, 그냥 눌러앉는게 좋을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조지 클루니(대니 오션), 브래드 피트(러스티 라이언), 멧 데이먼(라이너스 칼드웰), 엘리어드 굴드(루벤 티쉬코프), 칼 라이너(사울 블룸), 돈 치들(배숴 태르), 캐이시 애플렉(버질 말로이), 스콧 칸(턱 말로이), 버니 맥(프랭크 카톤), 샤오보 킨(옌), 에디 제미슨(리빙스턴 델) - 이상 오션스 일레븐 앤디 가르시아(테리 베네딕트), 뱅상 카셀(밤여우) - 이상 전편 출연 알 파치노(윌리 뱅크), 엘렌 바킨(에비게일) - 이상 삼편 주요인물 오프라 윈프리 - 카메오 / 프랭크 시나트라 - 목소리 ![]() "그래서 복수는 항상 실패하지. 불가능한 줄 알면서 물러서지 못하거든." 그걸 알면서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슬쩍 <오션스 14>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편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기다렸다. 이 영화가 이토록 흐뭇한 이유는 뭘까?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기분이라니. 처음부터 알고 있다. <오션스 일레븐> 때부터 그랬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일당은 승리할 것이고, 행복한 웃음으로 끝난 다는 것. 물론 그 승리의 방법이 처음과는 달리 두번째 <오션스 트웰브>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것도 기억하지만, <오션스 13>은 아예 작정을 하고 만든 영화다. 감독은 두번째 편에서 관객들이 내쉬는 한 숨을 참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는 작정을 하고 삼편을 만들었다. 전열을 가다듬고 자,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좋아하고 배겨내겠어?! 하는 마음이었지 싶다. 다행히 일단, 내가 보기에는 성공이다. 말 그대로 흐뭇하다. 배신이 없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고, 그 동지가 뒤통수를 칠지언정, 저희들끼리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배우가 떼로 나와주는 것도 고마운데 저희들끼리는 싸우기는 커녕 의리로 똘똘 뭉쳐 형제를 돌보듯이 보아주기까지 한다. 조지 클루니가 브래드 피트를 부르는 장면은 마치 큰 형이 똑똑한 둘째 동생을 부르는 것처럼, 아버지가 당신보다 나은 아들을 보는 것처럼 뿌듯한 눈빛이라니.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영화인 것이다. 때때로 자막이 보이지 않아서, 때때로 그네들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놓치는 부분이 있어도 다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저희들끼리 알아서 잘 해쳐나가 줄텐데, 마음을 졸일 필요가 정말 하나도 없다.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해주는 음악까지 신명나니 첫 데이트를 준비중인 관계라면 어서 달려가 이 영화를 보라고 해주고 싶다. 첫 데이트라면, 역시 이런 영화. 지금 뛰는 심장 소리가 영화 때문인지, 옆에 앉아 있는 사람 때문인지 구별할 수 없는 이런 영화가 제격이지. ![]() 그것은 단연 대니 오션과 러스티 라이언의 산책 장면이겠다. 두 사람이 거리를 걷다 말고 벨라지오 카지노 앞에서 스물 몇살 시절을 회상하며 루벤에 대한 의리를 다지는 장면은 이 영화를 보는 이유라 할만 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흐뭇하단 말이지. 두 사람은 극 중에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그 구속감을 토로하고 있으니 현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네들이 헤어지면서 하던 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혹시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고? 만들어 줄 것 같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12명의 충직한 배우들은 거절치 않을테니. 저희들이 더 좋아서 두번째, 세번째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어쩌니 해도 나는 이런 영화를 보면 신나 죽을 지경이다. 하지만 엘렌 바킨의 그 아름다운 자태 앞에서 중년여성 운운했을 때는 마음이 아파서 서글프더라. ![]()
나는 느닷없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고백이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갑자기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온 마음을 다해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다 말하고 싶은 마음 밖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본래의 나라면 '사랑한다, OOO'로 성까지 붙여 말했겠지만 말캉해진 마음이 '사랑해, 건아'라는 식으로 다소 간지러워졌다. 하여 몇 사람에게 뜬금없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랑을 고백했다. 문자로, 전화로,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보고 마음을 전했다. 몇 사람은 수줍게 되고백을, 몇 사람은 전화를 하여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던 것을 알아!"라며 투정을, 몇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하필이면 만우절 즈음, 만우절 이벤트였다고 생각했을런지도 모르겠다. ![]() 우리는 참으로 많은 사람과 만났다가 만나지지 않는 시절을 보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를 온 종일, 일 년을 내내 함께했던 학창시절이거나 하루에 몇 시간을 저당잡혀 돈벌이를 했던 아르바이트 동료거나 직장 친구거나. 매일 얼굴을 마주 했는데, 이제는 만나지 않게 된 사람이 많다. 여행지에서 사나흘 걸었던 여행지기더라도, 지겹게 욕해댔던 직장 상사더라도 이제는 만나지 않는다. 싫은 사람도 있었고, 좋은 사람도 있었다. 사랑한 사람도 있었다. 한 때는 매일 만나고픈 소중한 사람들, 헤어지기 싫었던 사람들. 애인과 헤어지고 나면 술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힘들어 하면서 이제는 연락이 끊긴 친구와는 어쩌면 그렇게 아무런 감정을 남겨두지 않는 걸까. 애인이었던 사람보다 덜 소중해서? 덜 사랑해서? 연락이 끊긴건 서로 반반의 책임이니 이제는 덜 다정해졌기 때문이겠지, 소중했다면 연락이 끊기게 내버려두지 않았겠지,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실상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텐데. 때때로 문득문득 보고 싶은데도. 사랑해, 고백하자마자 마음이 설레고 따뜻해졌다. 그래서 요즘도 때때로 무턱대고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사랑해, 고백한다. 말하고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 손가락 끝이 따끔하다. 친구 하나는 얼굴을 똑바로 보고 "지랄, 나도 사랑해!" 방글방글 잘도 웃는다. 그런 말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 처음에 책을 써보겠다고 계약을 했을 때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녔었다. |